인터뷰 | 제이디홈플랜 오권만 대표
오권만 제이디홈플랜 대표.

23년 전, 가방 하나만 들고 제주도로 내려온 한 남자가 있다. 목조건축에 대한 열정으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한 그는 지금 제주를 대표하는 목조건축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제이디홈플랜(JD홈플랜) 오권만 대표의 이야기다.
“제주도는 제게 고향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어요. 극한의 자연환경과 그 안에 녹아든 문화는 목조건축의 진수를 시험할 완벽한 무대였죠.”
뉴질랜드와 일본에서 목조건축을 배우고 실무를 익힌 그는 제주도의 기후와 환경에 적합한 건축 공법을 개발하며 새로운 건축 문화를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질랜드와 일본에서 시작된 목조주택의 꿈
오 대표의 목조건축 여정은 뉴질랜드에서 시작됐다. 군 제대 후 우연히 본 신문 광고를 통해 뉴질랜드 목조주택 학교를 알게 됐다. 광고의 담당자와 통화한 그는 한걸음에 강화도로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뉴질랜드행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뉴질랜드 목조주택 학교는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을 제공했어요.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배우며 목조건축의 기본을 다질 수 있었죠. 거기서 배우는 동안 건축 현장에서 일할 기회도 얻어 실제 빌더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그는 열정과 체력을 바탕으로 현지 빌더들로부터 영주권 제안까지 받을 정도로 현장에서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 목조주택의 가능성을 펼치기로 결심했다.
“뉴질랜드에서 일하며 아내를 만났고, 가정을 꾸릴 생각에 현실적인 판단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목조주택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죠.”
그러나 귀국 후, 그는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목조주택 실무를 더욱 심화했다. 일본에서는 건축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목조건축의 세부적인 디테일과 장인정신을 배웠다.
“일본은 목조건축의 정밀함과 미적 감각을 강조하는 곳이었어요. 일본의 장인정신을 보며 목조주택이 얼마나 섬세한 디테일로 완성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제주로 내려온 그는 이 두 나라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목조건축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기 시작했다.

오권만 대표.
한국목조건축협회 제주지회, 새로운 문화를 열다
오 대표가 제주에서 목조주택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교육’이다. 목조건축협회 제주지회를 설립하면서 제주 지역 목수와 건축 전문가들에게 목조건축의 기본과 장점을 전파하는 일은 더욱 힘을 받았다.
“제주에서는 목조건축 자체가 생소한 분야였어요. 목재 용어부터 자재 사용법, 공법까지 하나하나 알려야 했죠. 목조건축협회 제주지회를 통해 세미나와 워크숍을 열며 목수들과 건축가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협회 활동을 통해 목조건축의 필요성을 알리고, 제주도 특유의 기후에 맞는 공법을 보급했다. 이러한 노력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목조건축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처음에는 목수들조차 투바이포(2×4) 같은 기본 용어를 몰랐어요. 하지만 협회를 통해 목조건축의 필요성을 점점 이해하게 됐죠. 이제는 제주에서도 목조주택이 흔한 풍경이 됐습니다.”
목조주택, 제주를 닮다
제주도의 비바람은 목조건축의 장점을 극대화하거나, 약점을 드러내는 변수였다. 그러나 오 대표는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제주도에 맞는 집을 짓는 건 단순한 기술 이상의 도전이에요. 저는 레인 스크린 공법과 자착식 방수시트를 도입해 제주에 최적화된 주택을 설계했습니다. 목조주택은 잘 짓기만 하면 100년 이상 거뜬히 유지될 수 있습니다.”
레인 스크린 공법은 습기와 빗물을 차단하는 핵심 기술로, 제주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목조주택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 공법을 제주에 최초로 도입하며 고기밀·고성능 주택 개념을 선보였다.
“제주도의 기후와 환경은 제게 가장 큰 도전이었어요. 제주에 맞는 주택은 대한민국 전체에도 적합합니다. 제주에서 시작된 혁신은 곧 전국적인 기준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오 대표가 도입한 레인 스크린 공법은 이후 제주도를 넘어서 대한민국 목조주택 시장 전체의 기본이 됐다.
제주도 최초로 지어진 캐나다 슈퍼E하우스 주택. 제이디홈플랜이 시공했다.
변화하는 제주 주택의 트렌드
과거 제주도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는 남향의 주택이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중정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제주도만의 자연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구조가 인기를 끌고 있어요. 단순히 외부 경관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서 나만의 제주를 만들어가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입니다.”
그는 고급 스테이의 설계 방향이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막혀 있는 공간 안에서 자연을 담아내는 방식, 즉 자신만의 제주를 구축하는 디자인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설계와 마감에 진심을 다하라
제주에서 집을 짓고자 한다면, 오 대표가 강조하는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바로 설계와 마감이다.
“집은 설계 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그리고 마감에서 얼마나 세심하게 신경 썼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제주에서는 기후와 환경 특성을 잘 아는 건축가와 협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또 집을 짓기 전에 제주에서 한 달 이상 머물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직접 경험해보면 자신에게 맞는 위치와 디자인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제주도는 문만 열면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하지만 그래서 더욱, 그 자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담아내는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해 제이디홈플랜이 시공한 제주 서귀포 남원읍의 ‘제라스튜디오’. 2024년 제주건축문화대상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설계=투닷건축사사무소.
제주에서의 건축, 그 이상의 이야기
오 대표는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을 넘어, 제주도의 주택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제주도의 특수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새로운 공법을 도입해왔다.
“제주도에서 집을 짓는 건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겁니다. 저는 그 시작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제주에 집을 짓고 싶다면, 제이디홈플랜 오권만 대표를 만나야 한다. 그의 철학과 기술 그리고 제주도에 대한 사랑이 담긴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나무신문
출처 : 나무신문(http://www.imwoo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