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동남쪽, 곶자왈 도립공원과 실개천, 연못이 어우러진 택지에 세워진 주택 ‘Green Black’. 서울에서 바쁘게 살아가던 부부는 자녀들의 독립을 염두에 두고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꿈꿨다. 그렇게 탄생한 이 집은 그들의 첫걸음이자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됐다.

곶자왈을 닮은 공간의 언어
‘Green Black’은 곶자왈 도립공원의 숲과 바위, 인근 연못의 고즈넉한 풍경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청고 벽돌의 거친 텍스처와 서로 다른 높이의 박공지붕은 단단한 바위처럼 대지를 감싸며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집 안으로 들어서면 진입마당과 중정마당, 소정원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마당이 자연과 건축의 부드러운 대화를 이끌어낸다.


이처럼 대지 곳곳에 배치된 마당들은 거리에서 내부로 향하는 시선을 적절히 차단하며, 사적인 공간을 보호하면서도 자연과의 교감을 열어 둔다. 마당은 단순한 외부 공간이 아닌 집 안과 밖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공간과 기능의 공존, 구조의 미학
건물은 경량목조로 설계돼 자연스러움과 친환경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1층 일부는 필로티 구조를 적용해 마당을 최대화하면서도 주차 공간을 효율적으로 마련했다. 외벽으로 둘러싸인 마당은 단순한 배치의 영역을 넘어 집과 대지, 자연 사이의 관계를 정교하게 엮어낸다.


가족의 일상이 중심이 되는 집
집의 중심은 단연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다. 높은 천장과 열린 계단 구조가 만들어내는 넉넉한 공간감은 가족 간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다이닝 공간과 연결된 폴딩도어는 중정마당으로 이어지며 실내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을 일상 가까이 초대한다.
아울러 분리된 거실과 다이닝 공간은 소정원의 툇마루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깊게 드리운 처마와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과 색채로 집 안 곳곳을 채운다. 이처럼 실내 곳곳에서 만나는 자연의 요소들은 단순히 창밖의 풍경을 넘어서 삶의 일부로 스며든다.

풍경을 담아내는 심플한 내부 디자인
내부는 백색을 기본 톤으로 해 자연의 풍경이 주인공이 되도록 설계됐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창은 공간을 밝고 싱그럽게 열어준다.
계단 창은 멀리 산방산의 능선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며, 안방 창은 박공지붕의 높낮이를 따라 예상치 못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복도와 아이방 창은 곶자왈의 울창한 숲과 주변 이웃집을 배경으로 제주 특유의 날씨와 바람까지 함께 그려낸다.
테라스, 꿈을 담다
건축주의 바람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안방 테라스는 아침 햇살 아래 산방산의 장엄한 풍경을 마주하도록 설계됐다. 벽돌 반개구 쌓기 기법을 활용해 주변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열린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아이방 테라스는 중정마당과 연결돼 가족만의 외부 활동을 지원하며, 능선을 따라 이어진 벽이 자연과 경계 없는 휴식의 장을 만들어낸다.

걷는 즐거움이 있는 집
‘Green Black’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는다. 집 안에 뚫린 창문은 다양한 풍경을 담아내며 일상에 감각적 여유를 더한다. 내부와 외부가 조화롭게 연결된 공간 구성은 물리적 경계를 넘어서 자연과 삶이 하나 되는 새로운 주거 방식을 제안한다.
어느 누구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툇마루에 앉아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과 햇빛을 느끼는 시간은 이 집에서만 가능한 호사다. /나무신문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지붕 평면도

배면도

우측면도

정면도

좌측면도

종단면도

횡단면도1

횡단면도2
건축개요
프로젝트명▷Green Black
위치▷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대지면적▷298.2㎡
건축면적▷116.91㎡
연면적▷175.9㎡
규모▷지상 2층
구조▷철근콘크리트조 + 경량목구조
바닥▷강마루
벽체천장▷친환경 수성페인트 도장
외장▷청고벽돌
창호▷알루미늄 시스템창호(E-PLUS)
설계▷UTAA 건축사사무소(김창균) + 호와오건축사사무소(김수희, 조아란)
시공사▷제이디홈플랜(오권만)
사진작가▷석준기

김창균 UTAA 건축사사무소 소장
1971년생으로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해병대사령부 건축설계실, 에이텍건축 등에서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며 실무경험을 쌓았고, 2009년 UTAA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서울시립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당진시 공공건축가이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젊은 건축가상’, 목조건축대상, 경주시 건축상, 스틸하우스 건축대전 최우수상, 경남건축대전 대상 등을 다수 수상했다.
단독주택, 카페, 도서관, 사옥 등 일상의 중·소규모 건축물을 바탕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 용인 규우주, 운중동 도시채, 세종시 Yes House 등 단독주택과 포천 피노키오 예술체험공간, 서울시립대학교 정문, 이천 Sugar-lump, 당진시 의회 도서관, 여수 모이핀, 중곡동 도시다반사, 청담동 비원, 김포 은혜의교회 예배당 등이 있다.

오권만 ㈜제이디홈플랜 대표
제이디홈플랜은 제주 향토기업으로 제주 환경에 맞는 에너지 효율성, 친환경자재, 실내 공기질, 수분관리를 중점으로 고성능, 고기밀 경제주택을 짓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도전과 실험을 통해 검증받고 제주 건축의 모범으로 통하는 전문 건축회사다. 오권만 대표는 현재 (사)한국목조건축협회 제주지회 지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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